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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집술족’을 만들었나 김정훈 기자 | 2017.01.22 07:39

#1. 직장인 김모씨(35)는 얼마 전 회사 인근 고기집을 찾았다가 두 눈을 의심했다. 소주 한병값이 5000원으로 인상됐기 때문. 김씨는 "둘이서 삼겹살 2인분에 소주 2병만 먹어도 식사값이 4만원에 육박한다"며 "요즘은 퇴근 후 아예 원룸에 사는 동료 집에서 술잔을 기울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2. 신혼 1년차 박모씨(여·30)는 최근 서점에서 요리책을 구입했다. 남편과 주점에서 '술 데이트'를 자주 즐겼지만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 외식비용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 박씨는 아예 집에서 안주를 만들어 남편과 '집술'을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외식비와 소주값 인상에 부담을 느껴 집에서 술을 즐기는 '집술족'이 늘고 있다. 서울 식당가에 5000원짜리 소주가 등장하고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까지 상승하면서 외식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추세여서다.

특히 소주값 상승이 음주인들의 귀가를 부추긴다. 강남 등 일부 고급식당가에서 5000원 소주가 판매되기 시작한 것. 2015년 12월 3000원이던 소주값이 4000원으로 인상된 지 불과 1년 만에 1000원이 더 인상된 것이다.

이에 환경부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지난 9일 서울과 경기지역 시민단체, 대형마트, 편의점, 외식업계 등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빈병 보증금 인상과 무관하게 식당 판매가격을 올리는 것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식당들이 소주값을 올리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반응이다. 대다수의 식당은 현재 소주값 4000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업소가 5000원으로 인상하면 줄줄이 연쇄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강남역 인근 A술집 관계자는 "1년 전 소주값이 4000원으로 인상됐을 때도 거부감이 심했지만 결국 소비자들은 인상가격에 적응하기 마련"이라면서 "우리는 아직 소주값 4000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업소가 5000원으로 올리면 인상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소주와 맥주 가격을 각각 4000원·5000원으로 책정한 업소가 대부분이다. 소주값이 5000원으로 오르면 맥주값도 1000원 오른 6000원에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김정훈 기자

◆불안정한 사회분위기, 집술 불렀다

지난해 9월 시행된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도 집술족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직장인 3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식사접대 횟수가 줄었다고 응답한 이들이 73.6%에 달했다. 접대가 줄은 만큼 일찍 귀가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자연스레 집술족이 늘어난 것.

마트 주류매출도 늘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마트의 주류 전체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관계자는 "주류 중에서도 양주는 2015년 당시 판매율이 전년에 비해 큰 하락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10월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면서 "물가인상폭이 커지고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문화가 정착되면서 집술족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순실 게이트'도 집술족이 증가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약 3개월간 이어진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 사이에서 정부·사회에 대한 '불신 분위기'가 확산돼 아예 집에서 울분을 달래며 지인들과 술을 즐기는 '홧술족'(홧김에 술을 즐기는 음주인)이 늘고 있는 것.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경기불황이 이어지며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에게 집술은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소비형태일 것”이라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합리한 가격인상을 선보이는 외식업계에 대한 일종의 반항심리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김정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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